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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는 길 ‘학종’ 딜레마… 학생부전형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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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일2017-09-09 댓글0건
자료출처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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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금수저-깜깜이 전형 vs 흙수저-다양성 전형… 10년째 평행선

 교육부가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1년 유예를 발표한 지난달 31일. 화두는 수능이 아니라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었다. 절대평가 도입을 핵심으로 한 수능 개편안에 대한 여론은 대입 전형에서 일어날 ‘풍선효과’ 때문에 싸늘했다. 절대평가로 수능 변별력이 약화되면 대학은 학종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학종을 ‘금(金)수저 전형’ ‘깜깜이 전형’으로 부르며 반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학종에 대한 불신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사교육 유발 요소를 대폭 개선해 학생, 학부모의 부담을 경감하고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학종 개혁을 선언했다. 

학종은 교과 성적과 비교과 활동을 종합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바탕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입시 제도다. 우수 인재의 기준을 ‘시험 성적’이 아닌 ‘성장 가능성’에 맞춰 다양한 인재가 대학에 갈 수 있는 길을 열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원조 학종’이라 할 수 있는 입학사정관제는 2008학년도 대입 전형부터 적용됐다. 그러나 당시 대학들은 정성(定性)평가인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주저했고, 그해 대입전형에서 소위 명문대들은 입학생의 20%만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2018학년도 주요 8개 대학(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KAIST 포스텍) 대입전형에서 학종으로 선발되는 입학생 비율은 54.3%에 달한다. 서울대는 학종이 79.1%이다. 

학종은 어쩌다 ‘금수저 전형’이 됐나 

학종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건 일단 복잡해서다. 학생부에는 교과 성적 외에 동아리, 봉사, 진로, 독서활동뿐 아니라 각종 수상 경력까지 11개 항목이 있다. 자기소개서(자소서)도 써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면접도 봐야 한다. 학생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낮에는 봉사활동을 하고, 밤에는 밀린 책을 읽어야 하는 셈이다.

고1 아들을 둔 남모 씨(48·여)는 “중학교 때 ‘수학의 정석’을 3, 4번은 돌려야 한다는 식의 ‘선행학습 공식’이 생겨난 건 고등학교 때 비교과 활동을 하려면 내신을 미리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수행평가와 동아리 활동을 병행하느라 밤을 새우는 아이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이 때문에 결국 부모가 나선다. 봉사활동을 찾아 예약하고, 전공학과 적합성의 근거가 되는 진로 활동 모색도 부모의 몫이다. 부모도 답답하다 보니 수백만 원대 대입 자기소개서 컨설팅 업체를 찾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소서는 ‘자소설’이라고 불린다. 부모의 정보력과 재력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학종은 ‘금수저 전형’이란 오명을 썼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서 낙마한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는 허위 혼인신고 논란이 먼저 불거졌지만 학부모들은 안 명예교수 아들의 H고 징계 완화 의혹에 더 분노했다. H고 기숙사로 여학생을 불러 퇴학 처분을 받은 안 교수 아들은 안 교수가 탄원서를 낸 이후 특별교육으로 징계 수위가 낮춰졌다. 더욱이 안 교수의 아들은 징계 이력에도 불구하고 학종으로 서울대에 입학했다. 

어느 학교를 다니느냐에 따라 학생부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7월 종로학원하늘교육이 학교알리미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에 다니는 학생의 학내 자율동아리 활동 비율이 전국 고교 평균보다 최대 7배 이상 높았다. 이현 우리교육연구소장은 “학교 평판을 올리기 위해 일반고에서는 수상 실적 등을 기재할 때 상위권 학생에게 ‘밀어주기 현상’이 공공연히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고교 2년 6개월 동안 치열하게 학종을 준비해도 합격과 불합격의 기준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깜깜이 전형’이라는 불만도 크다. 이종배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대표는 “정성평가가 뿌리내리기에는 한국은 ‘저신뢰 사회’”라며 “줄 세우기라는 비판이 있더라도, 1점 차이로 학생 능력을 가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더라도 공정하고 투명한 시험으로 선발하는 게 최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래도 학종이 ‘해답’이라는 반론 

학종을 도입한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학종을 둘러싼 쟁점은 도입 당시와 마찬가지다. 모든 학생을 성적순으로 1등부터 꼴등까지 서열화하는 입시가 달라져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하지만 ‘교육은 공정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와는 불화를 일으키고 있다. 2004년 당시 교육혁신위원이었던 박도순 고려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대학이 학생들을 줄 세워 손쉽게 우수 학생을 독점하고 있다”며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듯 이제 대학도 잠재력 있는 학생을 찾아 길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학종이 고교 교육 정상화에 기여한다는 현실론도 있다. 수능만으로 대학을 간다면 학교에서 낮잠을 자고, 학원에서 밤샘 공부를 하는 학생이 늘어날 수 있다. 이중기 청원고 교사는 “수능 교과별 사교육비는 언급하지 않고 자소서 컨설팅만 이야기한다”며 “시골 아이들이 대학에 갈 기회를 주는 게 학종”이라고 했다. 오히려 계층에 따라 수능 점수의 편차가 크고, 수능으로만 진학한다면 재수 삼수 할 여유가 없는 아이들은 기회를 박탈당한다는 얘기다. 

경희대 입학전형연구센터가 2017학년도 출신지역별 합격자 현황을 분석했더니 소득이 높은 지역일수록 수능으로 진학하는 비율이, 소득이 낮은 지역일수록 학종으로 진학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는 93%가 수능, 7%가 학종으로 입학한 반면 경기 이천시는 92%가 학종, 8%가 수능으로 합격했다. ‘금수저 전형’이 아니라 ‘흙수저 전형’이라는 얘기다. 안연근 서울진학지도협의회장(잠실여고 교사)은 “학생이 열심히 공부하는데 가정형편이 어렵다면 교사들이 안쓰러워서라도 학생부를 정성껏 쓰게 된다”고 말했다.

이를 서울 주요 10개 대학으로 확대해도 마찬가지다. 3월 발표된 ‘학종 3년의 성과와 고교 교육의 변화’ 자료를 보면 2017학년도 대입에서 특목고·자사고는 수능, 일반고는 학종에서 우위를 보였다. 대학 진학 후 학종 출신의 성취도가 높은 점도 눈에 띈다. 2016년 기준으로 중간에 대학을 그만두는 중도탈락률이 학종은 1.7%, 수능은 3.4%였다. 평균 학점은 학종이 3.33점, 수능이 3.10점이었다.

학종 어떻게 바꿔야 하나

 최근 교육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학생부 기록을 교과 성적, 교과 특기사항, 정규 동아리, 교사 의견란 등 4개 항목으로 최소화할 것을 제안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나 사교육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율 동아리나 수상 내용, 자격증 등 나머지 항목을 없애자는 주장이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학생부 기재 요소를 대폭 줄이고 자소서를 폐지하거나 대필 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수시에선 수능, 정시에선 학생부전형을 도입해 수험생들에게 기회를 넓혀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좀 더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종 도입으로 교실 붕괴의 속도를 늦춘 데 만족할 게 아니라 내실 있는 공교육을 통해 학종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안 회장은 “수능 준비를 위해 EBS만 틀어주는 수업이 정상적이냐”며 “궁극적으로 토론수업을 확대해 아이들은 사고력을 키우고 교사는 아이들의 성향과 장단점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 이모 씨(46)는 “찍기 교육이 정답은 아니다. 각자 진로에 맞춘 비교과 활동은 장려해야 한다”며 “다만 준비가 안 된 교사들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고교 교육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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