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고사는 평균 2등급인데, 내신은 4등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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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일2017-10-18 댓글0건관련링크
자료출처 | 에듀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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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 취약형 학생의 등장 배경과 그 해법은?
고2 자녀를 둔 학부모 A 씨는 최근 자녀의 성적 때문에 고민이다. 자녀의 모의고사 성적은 평균 1~2등급. 자녀의 성적 문제로 고민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문제는 우수한 모의고사 성적에 비해 내신 성적은 현저히 낮다는 것. A 씨 자녀의 내신 성적은 평균 ‘4등급’이다. 내신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A 씨는 “시험 기간이면 늦게까지 독서실에서 내신 공부에 집중한다”면서 “이유를 알 수 없어 오히려 모의고사 성적과 내신 성적이 모두 낮은 것보다 답답하다”고 말한다. 온라인 입시커뮤니티에 이와 비슷한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는 것을 보면 이런 고민을 하는 경우는 비단 A 씨 뿐만 아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교육계에서는 수험생들의 ‘정시 학습 집중도 하락’이 문제로 거론됐다. 정시모집이 줄고 수시모집이 늘어나면서 수험생들이 수능보다는 비교과 활동에 집중하는 경향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지난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의 수능 최저학력기준(국수영탐 중 2개영역 등급 합) 충족비율은 2012년에 등급 합 4 충족비율이 15.9%, 2013년에는 15.5%였던 것과 달리 2015년과 2016년에는 각각 14.8%와 14.3%를 기록하며 하락했다. 등급 합 5 충족비율 역시 2012년과 2013년에 22.1%를 기록했지만, 2015년에는 20.9%, 2016년에는 20.3%를 기록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모의고사보다 내신을 어려워하는 고교생들이 대거 등장한 것이다. 대체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고교생들은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 ‘내신 취약형 학생’ 등장 배경은?
가장 큰 이유는 수시 확대 기조로 인한 내신 경쟁의 심화다. 2018학년도 대입에서 수시로 선발하는 인원은 총 25만8920명. 이는 전체 모집인원의 무려 74%에 이르는 수치다.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전체 모집인원은 지난해보다 감소했지만 수시모집 인원은 오히려 1만 여명 늘어났다. 이중 학생부교과전형 모집인원이 14만159명(54.1%)으로 가장 많고, 8만 3553명(32.3%)을 선발하는 학생부종합전형 모집인원이 그 다음으로 많다. 전체의 10분에 7에 이르는 수시전형을 포기하면 그만큼 대입 합격률은 낮아진다. 수험생들이 수시전형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해당 전형의 핵심 평가요소가 내신 성적이라는 것. 학생부교과전형에서 내신 성적이 중요하다는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도 내신 성적이 중요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량 평가’가 아닌 ‘정성 평가’를 할 뿐, 내신 성적을 아예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 오히려 입학사정관들은 학생부 ‘교과학습발달사항’이나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을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이 과정에서 지원 모집분야와 관련된 교과에서 평균 이상의 성적을 얻지 못했거나 ‘1학년 때 해당 교과 성적이 낮았지만 특정한 계기로 해당 교과에 관심을 갖고 성실히 공부하여 3학년 때는 1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라는 식의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없으면 경쟁자들 사이에서 강점을 드러내기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몇몇 학생들은 내신 때문에 전학까지 고려할 정도로 내신 경쟁이 치열해졌다. 단 한 문제 때문에 등급이 달라지는 경우도 발생하며 심지어는 ‘소수점 차이’로 등급이 갈리기도 한다. 내신 지필고사의 경우 문항 당 배점이 ‘2.5점’ 또는 ‘3.6점’ 등 소수점 단위이기 때문.
경기 부천의 한 고교에 재학 중인 J군은 “졸지 않으려고 허벅지를 볼펜으로 찔러가며 수업을 들을 때도 있다”면서 “지필고사뿐만 아니라 수행평가 성적도 중요하기 때문에 태도점수에서 1점이라도 깎인다면 영향이 있을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고교에서는 내신 변별력을 위해 지필고사 난도를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의 한 영어교사는 “학생들의 내신 경쟁이 치열해진만큼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한다면 변별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면서 “전체적으로 난도를 높이거나 상위권과 중위권을 변별할 수 있는 고난도 문항 2~3개를 출제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견디지 못해 ‘학종 포기’를 선언하는 학생도 있다. 김종우 양재고 진로진학부장은 “특히 고교에 갓 입학한 1학년 학생들의 경우 급격하게 늘어난 시험 범위, 뜨거운 경쟁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해 지필고사를 망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 학생들은 성적이 오를 가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수시지원 자체를 포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 ‘수행평가’가 내신 성적 깎아 먹는다?
일부 교사들은 ‘수행평가’도 내신 성적 편차를 불러오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내신은 지필고사 성적뿐만 아니라 수행평가 성적으로도 학생을 평가한다. 수행평가는 학생이 자신의 지식이나 기능을 드러낼 수 있는 산출물을 만들거나 행동으로 나타내도록 요구하는 평가 방식으로, △토론 △발표 △보고서 작성 등의 활동을 주로 요구한다. 특히 최근 과정 중심 수업 및 평가가 강조되면서 수행평가 비중 역시 증가하는 추세. 대부분의 고교에서는 수행평가 비중을 30~40%로 두고 있다.
수행평가에서 강점을 가지려면 다양한 역량이 요구된다. 급우들 앞에서 발표를 하려면 표현력이 있어야 하고, 생각의 독창성도 있어야 한다. 눈에 띄는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려면 창의력도 필요하다. 토론을 잘하려면 논리력도 있어야 하며, 대부분의 수행평가가 팀별로 진행되는 만큼 협동심도 요구된다. 무엇보다 해당 활동들을 동시에 해낼 수 있는 꼼꼼함이 필요하다. 한 분야에 강한 학생들보다 다양한 역량을 골고루 갖추고 해당 활동들을 동시에처리해낼 수 있는 학생들에게 유리한 것이다. 반대로 혼자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며, 한 분야를 깊이 있게 파는 집중력과 탐구력이 뛰어난 ‘모의고사형’ 학생들은 수행평가에 약할 수밖에 없다.
임병욱 인창고 교감은 “모의고사와 달리 내신은 지필고사 평가와 함께 수행평가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면서 “최근 수행평가 비중이 크게 증가한 만큼 수행평가에 취약한 학생들의 경우 내신에서 강점을 드러내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 치열한 경쟁 속에도 ‘희망’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신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대입에서 수시전형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기 때문. 실제 2016년 67.4%에 불과했던 수시 비중은 △2014년 70.5% △2018학년도 73.7% △2019학년도 76.2%로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고3이 되면 심리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문제. 3학년 1학기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수시 원서접수가 시작되는데, 이 때 대부분의 학생들이 6개의 수시 카드를 쓰기 위해 동분서주하기 때문. 분주한 분위기 속에서 ‘나홀로 정시’를 외치고 있다면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내신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수능은 3년 동안 공부한 내용을 단 한 번의 평가로 검증받는 시험이지만 내신은 그렇지 않다. 1년에 4번, 3년 동안 총 12번의 시험을 치르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시험에서 다소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얻었더라도 자신을 다독이며 끝까지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신의 문제점을 나름대로 파악해본 뒤, 학교 교사의 도움을 받아 해결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수행평가에 약한 학생들의 경우 최종 평가를 받기 전 교사에게 중간 검토를 요청해 자신의 결과물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내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오히려 1학년 1학기 성적이 3학년 1학기 성적으로 이어진다는 속설은 옛말이 됐다”면서 “상위권과 중위권의 성적 편차가 크지 않은 만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공부한다면 충분히 성적 향상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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