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특기자전형도 ‘상위 70%’ 학력 미달시 탈락” 
서울경인입학처장협 회장 "다른 대학 확산 가능성" 
교육부 ‘환영’ 입장···고교 “시행시기 너무 빨라” 불만

[이데일리 신하영 김보영 기자] 연세대와 고려대가 2021학년부터 체육특기자 선발 시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대학가에 확산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연·고대의 개선안에 환영 입장을 나타내고 있으며 다른 대학에서도 최저학력기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고등학교 운동부 등 체육계에선 학생 피해를 우려, 시행 시기를 늦춰 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 일정기간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 연·고대, 수능·내신 상위 70% 충족해야 입학  

김용학 연세대 총장과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체육특기자 선발 및 학사관리’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2021학년 입학부터 체육특기자 선발 시 최저 학력기준을 적용하겠다”며 “학생 선수들에 대한 학사관리도 철저히 해 학업과 운동을 병행토록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최저학력기준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반드시 채워야 하는 최소 요건이다. 다른 전형요소를 충족해도 최저학력기준에 미달할 경우 낙방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체육특기자전형으로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학부모 입장에선 과연 어느 정도의 학력기준을 충족해야 입학이 가능한지가 관심사다.

이에 대해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최저학력기준은 측정이 어려운 문제이지만 첫 출발은 ‘상위 70% 이내’로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올리자는 데 양교가 합의했다”고 말했다. 

양교는 ‘교과(내신)’와 ‘수능’ 중 어떤 성적으로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할지 고민하고 있다. 교육부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맞춰 오는 7월 수능개편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대선후보 중 문재인·안철수 후보 등은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능 개편방향을 지켜본 뒤 최저학력기준 적용 방안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박만섭 고려대 교무처장은 “영어에 이어 다른 수능 과목도 절대평가제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수능개편 방향을 지켜본 뒤 최저학력기준 적용방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학점 ‘C’ 미달 체육특기자 출전 제한도 추진  

체육특기자에 대한 학사관리도 강화된다. 운동부를 운영하는 92개 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는 올해부터 학점 평균이 ‘C’에 미달하는 선수들은 대회 출전을 제한하기로 했다.

양 대학은 이 같은 방침에도 적극 호응할 방침이다. 김용학 총장은 “연세대 축구부의 경우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규정에 따라 U리그에 출전하지 못하게 됐다”며 “학생선수들이 이 규정 때문에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좋은 변화”라고 말했다.  

박만섭 처장도 “체육특기자에 대한 학사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교육부 방침에 적극 동조할 것”이라며 “학점 평균 ‘C’ 미만 학생의 출전을 금지시키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연·고대의 이같은 방침에 교육부는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앞서 교육부는 ‘정유라의 교육농단’ 사건을 계기로 지난 9일 ‘체육특기자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체육특기자의 부정입학을 근절하기 위해 2020학년도 대입부터 학생부 반영을 의무화하겠다는 게 골자다.  

교육부 고위관계자는 “최근 체육특기자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연세대·고려대가 정부 방침에 방향을 맞추는 개선안을 발표한 점을 긍정 평가한다”며 “학생선수가 운동·학업을 병행하는 문화가 정착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대학가 확산 조짐···“예고기간 짧다” 불만도  

국내 대표 사학인 연·고대가 체육특기자전형에 입시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대학가에 확산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서울경인지역입학처장협의회장인 김현 경희대 입학처장은 “학생 선수들이 운동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선발 시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방안을 경희대도 적극 검토하겠다”라며 “우리 뿐 아니라 다른 대학도 체육특기자전형에서 최저학력기준을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체육부 등 일각에선 시행시기를 늦춰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학생선수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김광영 서울 경복고 체육부장은 “연·고대가 2021학년부터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한다고 했는데 중3 운동부 학생들의 경우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운동만 해왔기 때문에 짧은 기간에 학업을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말했다.  

한편 이화여대는 내년에 입시가 치러지는 2019학년부터 체육특기자전형을 아예 폐지하기로 했다. 이대는 ‘비선실세’ 최순실(61)씨의 딸 정유라(21)를 승마 체육특기생으로 부정 입학시킨 사실이 교육부 감사에서 드러난 바 있다.